추운 겨울철 모임이면 어김없이 눈길을 끄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겨울 하면 이자카야, 이자카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사케가 아닌가. 오늘은 대형마트는 물론 국내 이자카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케 '월계관 준마이750(GEKKEIKAN JUNMAI)'에 대해 리뷰하고자 한다.
20대 중반, 군대를 전역 후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번화가의 이자카야에서 홀서빙 직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주변 일대는 나이트클럽과 술집, 유흥업소가 많은 상권 특성상 작은 번화가임에도 초저녁이면 사람들이 북적댔는데 정말 다행히도 이 가게는 인적이 드문 모텔촌에 가까이 있어 주말 저녁 시간대가 아니라면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뭔가 비밀스러워 보이는 중년 커플, 오늘 처음 만났는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커플, 매일와서 직장동료라고 강조하는 커플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들에게는 여기가 마지막 코스에 도달하기 전 지나치는 관문인 듯했다.
사장은 내게 "커플이 오면 무조건 사케 설명부터 해주고 여자손님께 '예쁘게 생긴 사케'를 추천하라"라고 했었다. 여자손님께 열렬히 설명하면 "예쁘긴 한데 너무 비싸다"는 말로 이어졌고 같이 온 남자손님은 역시나 "이걸로 주세요"였다. 사장의 선견지명은 이변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일했던 이자카야는 주변에 대형 병원이 들어오게 되어 약국자리로 팔려 나갔고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가는 듯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만난 벗과 술잔을 기울 겸 동네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결국 우리는 이자카야를 들어가게 되었다. 가게 이름은 '토모'. 계산택지에 있다.
토모는 友達(ともだち:토모다치) 일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붉은빛의 전등이 각 테이블마다 비추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오는데 한지로 감싸 포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더욱이 목조 인테리어라 더 증폭되는 듯하다. 칸막이 테이블마다 멋스럽게 연출한 공간은 직선적이면서도 보일 듯 말 듯 묘한 분위기를 잘 살려 술이 술술 들어갈 것 같은데 칸막이 테이블이 만석이라 찍지 못해 아쉽다.
우리가 선택한 사케는 '월계관 준마이 750'. 가장 눈에 익고 호·불호가 적어 부담 없는 베스트셀러 사케가 아닐까 싶다. 병의 색깔이 어두운 빛을 띠는 이유는 자외선으로부터 술이 변질됨을 막기 위해서라고. 잔에 따르게 되면 약간 맑고 옅은 노란빛을 띤다.
월계관 준마이는 첫맛은 시고 중간맛은 과일의 단맛이 느껴지며 끝맛은 다시 산미가 부드럽게 넘어간다. 도수는 15.6%로 소주보다는 낮은 편이며 복분자주와 비슷하다. 바깥 날씨는 추운데 막상 술집 분위기에 무르익다 보니 우리는 레이슈(冷酒; 5도 내외로 차게 마시는 사케)로 했다.
레이슈로 마실 경우 위의 사진처럼 옮겨 담아서 차게 만들어주는 병을 함께 주는데 우리는 상온으로도 마셔보기 위해 빼놓은 상태다. 사케는 온도에 따라 다른 매력을 보이기 때문에 상온으로 마셨을 때보다 레이슈일 때가 산미도 희미해지고 과일향이 강해 청량한 느낌이다.
월계관 준마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사케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주조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사케로 일본 최대 청주 메이커인 월계관 제품이다. 준마이는 '순쌀(순미)'의 일본어 표현이다. 말 그대로 쌀과 물로만 만들어지며 자연적인 방법으로 양조되는 게 특징이다.
정미는 쌀의 잡내를 없애고 순수하고 맑은 맛을 내기 위한 과정이다. 정미율은 쌀 알갱이를 일부 깎아낸 후 남은 비율의 숫자로 월계관 준마이의 경우 70%다. 이 사케에서 만족이 안된다면 60% 이하의 준마이긴죠와 50% 이하의 준마이다이긴죠가 있으며 당연하게도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니 참고하자.
2차로 주변에 있는 캐주얼한 꼬치전문 선술집 '꼬치마요'에서 가볍게 한 잔 더 했다. 개인적으로 사케에 닭껍질, 염통, 돼지목살을 주재료로 만든 꼬치요리는 정말 완벽한 조합이라 생각한다. 이 가게의 장점은 위의 사진처럼 프라이빗한 룸이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계산동 이자카야 '토모' 위치 https://place.map.kakao.com/20176036
토모
인천 계양구 계양문화로 55 (계산동 10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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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동 선술집 '꼬치마요' 위치 https://place.map.kakao.com/796950174
꼬치마요 계산점 (1호점)
인천 계양구 계양문화로 33 삼희프라자 1층 101호 (작전동 9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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