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은 우주에 과연 우리만 존재할까?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언제나 그렇듯 더욱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수많은 창작물과 각종 과학잡지의 기사들은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 또는 생명체의 증거를 찾아 나선다. 최근 2022년 11월 개봉한 영화 '아바타 2 : 물의 길(Avatar 2 : The Way of Water)'가 무려 13년 만의 후속작으로 돌아와 5주 차 동안이나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다시 한번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Avatar 2009)'는 개봉 당시 무려 27억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3D 기술력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금까지도 명불허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바타는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재평가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바타 2를 접하기 전에 전작을 다시 한번 복습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전작인 아바타 1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2154년의 '인류'
작중 배경은 가깝고도 먼 미래 2154년으로 인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여느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영화처럼 인류는 과포화된 상태이며 환경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무채색의 거리와 사이버펑크적인 현란한 상업 광고 간판들로 도배되어 괴리감마저 든다. 이는 과학기술로 이룩한 발전된 문명과는 달리 지속적인 자연재해와 질병으로 병든 인류,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고 쇠퇴 중이며 우울한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잘 묘사했다.
왜 '판도라'인가?
언제나 그렇듯 인류는 점차 우주 밖으로의 진출을 원해왔고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중 하나인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위치한 '판도라'라는 외계 행성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작중 지구 궤도상에서 수 백명의 인력과 자원, 장비 등의 보급용으로 사용되는 'ISV 벤쳐스타 호(Insterstellar Vehicle Venture Star : 항성 간 우주선)'. 시간적 배경이 2154년이다 보니 수송선의 규모와 기술력 또한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무려 4만 4000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 지구시간으로 5년 9개월 22일 동안 저온 캡슐에서 동면상태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 수송선은 출발 시의 가속 단계에서는 핵융합에너지를, 도착 시의 감속 단계에서는 물질과 반물질의 하이브리드 에너지를 사용해 초당 130만 2000마일 또는 광속의 70%의 항속을 유지한다. 추진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반응하며 소멸하고 그로 인해 해방되는 다량의 에너지를 얻는다는 설정이다.
인류가 판도라에 정착을 시작하면서 집착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나오는데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언옵테늄(Unobtainium)'이라는 광물이다. 직역하자면 '이루어질 수 없는'이라는 뜻으로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을 띄는 꿈의 물질로도 불린다.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 광물은 실존하는 광물이며 우리나라의 차세대 핵융합장치이자 '인공태양'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진 'KSTAR'에도 활용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양자역학의 법칙으로 손쉽게 해결하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와, 비교적 최근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서 제시했던 '초고속진공튜브열차(Hyper Loof, Vacuum Tube Train)'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작중에서는 위 수송선 운용에 있어 가히 필수불가결적 연료로 인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원이다. 언옵테늄은 천연의 상태에서도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상온 초전도체다. 저온 초전도체를 이용해 대소멸 반응을 컨트롤하는 거대한 수송선에게 언옵테늄은 그야말로 냉각기 역할에 제격이었던 것. 불행하게도 판도라에는 이 언옵테늄이 잔뜩 넘쳐난다.
두 번째로, 학술적으로 연구가치 창출에 있어 양질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자연재해나 질병도 없으며 각종자원과 동식물이 풍부하게 번성해 완벽한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판도라에서 채취한 각종 표본과 관측 데이터들은 지구의학과 과학, 문화, 사회 발전 등에 전반적으로 큰 기여를 가져올 것이다. 이 귀중한 자원들은 수송선의 주체인 지구의 거대기업 'RDA(Resources Development Administration : 자원개발관리단)'에 의해 개발되며 RDA의 계열사에게 전달 및 테스트되어 거액을 받고 팔려나간다.
세 번째로, 식민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유망하다는 것. 비록 대기 중에 퍼져있는 미량의 유독 물질로 인해 작은 사이즈의 호흡기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지만 장차 판도라를 안정적인 정착지로서 '테라포밍(Terraforming : 지구화, 행성개조)'한다면 지구 내의 인구과잉과 자원고갈로 인한 불안정한 미래를 덜 수 있는 희망이 된다. 판도라가 인류로 하여금 더없이 풍족하게 누리고 나아가 더욱더 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점이다.
인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종족의 존망을 안고 일종의 고급 뷔페처럼 탐스러운 판도라에 도착했으니 인류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었을 것이리라 이해된다.
이 땅의 주인 '나비족'
애석하게도 판도라에는 지적생명체가 인류뿐이 아니었으니, 판도라 행성에는 여러 가지 생물군이 분포하며 고등 지성체가 다양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중 '나비족(Na'vi)'이라는 종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학명은 '호모 판도러스(Homo Pandorus)'. 이들은 주로 이 행성의 여러 대륙과 섬에 걸쳐 거주하고 있는 판도라의 인류라 볼 수 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매끄러운 피부에 긴 꼬리가 특징. 두개골은 체격에 비해 작은 편이며 전반적인 얼굴의 모습은 높은 광대뼈와 고양잇과 동물의 귀를 닮았고 코는 돌출되어 있다. 피부는 인간의 지문처럼 각기 다르게 발광하는 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파란 피부와는 달리 피는 붉은색을 띠고 손가락은 네 개씩 총 8개로 8진법을 사용한다.
전통과 문화 그리고 '애니미즘(Animism : 정령신앙)'을 중요시 여기는 나비족은 인류와는 달리 자연과 공존하기를 원하며 모든 만물과 정신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갖는 자연친화적인 존재들이다. 판도라의 안정적인 기후와 생태계는 나비족의 종족 번영에 도움이 되었다. 나비족은 자연에 늘 감사해하며 교감을 나눌 시 길게 기른 머리로 서로 잇는 '사헤일루(Tsaheylu)'라는 행위를 통해 동물들을 이동수단으로 길들이기도 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바타를 그저 그런 볼거리만 많은 공상과학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왠지 '사물인터넷'과 닮은 점이 많아 흥미롭다. 이들은 '에이와'라는 신을 섬기며 이 존재는 나비족에게는 곧 '만물의 어머니'로 해석되며 행성 내의 운명을 주관 및 생과 사에 걸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아바타 프로젝트
인류는 판도라의 자원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미명 아래 자연을 무참히 훼손하고 이 땅의 주인인 나비족은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터전이 이방인들에게 파괴되니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아바타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된다. 아바타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아바타 즉,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를 다루는 시스템을 말한다. 인간의 DNA를 기반으로 나비족의 신체를 만들어 조종하는 것을 이르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하이브리드는 나비족의 신체구조를 대부분 갖추고 있지만 그들과 달리 눈썹이 진하고 손가락이 다섯 개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던 과학자이자 아바타 프로젝트의 파일럿이었던 '톰 설리'가 강도사고로 죽게 되자 그의 쌍둥이 동생 '제이크 설리'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 또한 과거 미 해병 수색대 출신으로 현역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해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의가사 제대 후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기에 형의 터무니없는 죽음에 대한 '복잡 미묘'한 심정과 다시 걷고 뛸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다. 그리하여 톰 설리의 DNA를 토대로 예정대로 만들어진 나비족 아바타의 파일럿이 된다. 이 탐사팀은 RDA의 소속이며 과학자들로 구성된 '그레이스 오거스틴'박사가 이끈다. 주된 목적은 나비족과 인류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한때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에 도착하기 10년도 전부터 학교를 설립해 나비족과 인류는 문화와 언어 교류에 힘썼다는 것이며 과학자들은 대부분 나비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나비족에서도 영어를 쓸 줄 아는 자가 존재한다는 것. 하지만 한동안은 외교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듯했으나 언옵테늄을 채굴 중이던 채굴단의 해병들에게 나비족의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게 됨으로써 학교는 전면폐쇄되고 이 일환으로 다시금 두 종족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종족 간의 전쟁
서로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양 측의 골은 더욱더 깊어진다. 한편,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가 중이었던 제이크에게 대령이 찾아와 한 가지를 제안한다. 박사 몰래 나비족에게 협조 제안 및 불응 시 소탕할 좋은 방법 등의 정보를 빼오면 제이크의 다리를 치료해 주겠노라고. 이는 대령이 그가 과거 미 해병 수색대 출신이었던 것을 눈여겨보고 꺼낸 제안이었다. 다친 다리로 인해 휠체어를 끌며 턱 없이 부족한 군인연금으로는 의족조차 감당할 수 없는 제이크에게 대령의 제안은 분명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달콤했을 것이다.
그렇게 과학자들과 탐사단을 꾸려 샘플 채취를 나서던 중 '위험천만'한 정글 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낯선 행성의 동물들과 마주치게 되고 그렇게 정신없이 도망치다 길을 잃고 홀로 숲을 헤매게 된다. 불안한 밤을 판도라의 동물들과 맞서고 있던 그때 산악부족의 '네이티리'라는 나비족 여성이 구해줘 살아남게 된다.
본래 네이티리는 그가 아바타인 것을 알고 그를 죽이려 했지만 에이와 여신의 계시를 보고 산악지대에 거주 중인 자신의 부족 '오마티카야 부족'에 데려가고 제이크는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때 제이크는 나비족의 대표적인 이동수단 '팔리'와 '이크란'과 같은 것들과 사헤일루를 통해 교감하고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날이 갈수록 서로 가까워지게 되고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영혼의 나무' 아래에서 하나로 맺어지게 되고 일원이 된 박사와 제이크는 나비족이 거주하는 '홈트리'에 출입하는 것 또한 허락된다. 이 거대한 나무 군락지는 영화에서 언옵테늄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다. 판도라의 다양한 산악지대 부족들은 이렇게 행성 곳곳에 있는 홈트리를 자신들의 거처로 삼고 생활하는데 수백 세대에 걸쳐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죽은 후에는 뿌리 밑에 매장된다.
나비족에게 있어 홈트리는 거주공간 이상의 선조들의 지혜와 기억들이 영속적으로 남아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합보다 더 강하고 굳건해지게 만드는 존재인 것이다. 홈트리는 추후 인류와 나비족이 전면전을 치르는 가장 결정적인 시발점이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지표면 아래 판도라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막대한 양의 언옵테늄이 묻혀있기 때문.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비족과 너무도 가까워진 제이크는 대령의 제안조차 잊은 지 오래였고 임무를 완수했으니 말한 대로 다리치료에 대한 의료지원과 더불어 지구로 돌아가도 좋다는 대령의 말에 아직 부족을 설득할 수 있다며 연기하게 된다. 여기에서 재밌던 점은 대령이 여느 영화의 상급자처럼 권력을 앞세워 강제로 태워 보내버리지 않고 제이크에게 "그러기로 결정했다면 그 목적을 완수하라"는 모습에서 하급자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대령의 마지막 예우가 돋보인다.
네이티리에게 고백한 다음 날 대령의 강경한 지시로 인해 불도저가 나비족의 군락지 인근을 밀어붙였고 이를 막으려 뛰어든 제이크는 불도저의 카메라를 부수다 얼굴이 공개돼, 인간들에게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제이크의 호소에 RDA 측의 마지막 기회로 그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이미 설득을 위해 "자신이 그간 스파이 노릇으로 인간들에게 정보를 줬다"는 고백을 듣고 그에게 실망하고 제이크는 나비족에게도 배신자로 전락한다. 갖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소중한 터전인 '홈트리'를 지키기 위해 나비족은 창과 활로써 인류에 맞서기로 한다.
기약했던 시간이 지나고 대령은 RDA의 책임자 '파커 셀프리지'에게 사상자 최소화를 위해 최루탄 등의 비살상 수단만을 사용할 것에 대한 작전 허가를 받는다. 최루탄에 효과는커녕 나비족이 더 강력하게 저항하자 대령은 소이탄과 미사일을 무장한 '스콜피온'건쉽을 총동원해 홈트리를 박살 낸다. 이에 염증을 느낀 건쉽 조종사 '트루디 차콘'은 이때를 틈타 빠져나와 RDA 기지에 가둬져 있던 제이크와 탐사원들을 구출해 내고 건쉽을 이용해 도주한다. 도주 중인 그들을 발견한 대령은 사격으로 저지했고 도주하는 데 성공했지만 박사가 총에 맞아 치명상을 입게 된다.
나비족에게 마저 실망감을 안긴 제이크는 '토룩 막토'가 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토루크'를 길들여온다. 여기서 토루크란 '마지막 그림자', 토룩 막토는 '마지막 그림자를 타는 자'라는 뜻이다. 이 거대한 포식자는 서양 창작물에서 그려지는 상상의 동물 '드래곤'과 '익룡'에 흡사하게 생겼다. 실제로 날도마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토룩막토는 나비족의 전설에 의하면 '비탄의 시대에 빠졌을 때 홀연히 나타나 그들을 승리로 이끈다'는 존재이며, 그들의 전승에서는 단 5명뿐이었다고 한다. 제이크는 이러한 전설을 토대로 전통과 전승에 민감한 나비족의 결속과 단합을 위해 토루크를 타고 그들 앞에 등장한다. 한편, 죽어가는 박사를 신성한 영혼의 나무 아래에서 에이와에게 기도하며 모두 한 마음으로 빌어보지만 이미 때가 너무 늦어 숨을 거두고 만다.
그렇게 배신자에서 구원자로 등극한 제이크는 이대로 싸운다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게 뻔하기 때문에 오마티카야 부족 외에 인근의 모든 타부족에게도 지원을 요청해 병사를 모으게 된다. 당장 전쟁을 앞둔 제이크는 다시 한번 영혼의 나무에 홀로 찾아와 에이와에게 '인류로부터 나비족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 간곡히 빌어본다.
박사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잠시 인류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자 지상군은 'AMP슈트'를 앞세워 각종 보병을 가세한 기계화 보병 전투부대, 하늘에선 즐비한 스콜피언 건쉽들과 대령의 웅장한 '드래곤 어썰트 쉽'이 편대를 이루며 압박해 온다. 이에 맞서는 나비부족연합의 지상군은 '팔리 기마부대', 하늘에서는 '이크란 공중부대'가 우열을 가리기에 바쁘다. 비록 창과 활로 무장했지만 나비부족연합이 우세한건 사실이다. 앞서 설명했던 언옵테늄과 관련해 영화 초반부에 트루디가 건쉽 조종 중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판도라에는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산이 많다. 중력을 이기고 초전도 현상을 내뿜는 언옵테늄이 함유된 지각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강력한 자기장들은 인류의 각종 최첨단 탐지 장비들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때문에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온전히 수동으로만 싸워야만 한다는 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압도적인 화력은 너무나도 강력했고 그에 반해 신석기시대에 가까운 기술력의 나비부족연합은 패색이 짙었다. 그때 에이와가 제이크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이라도 한 건지 판도라의 동물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인간들의 병기를 모조리 박살 내버린다. 이리하여 제이크는 다시금 승기를 잡을 기회를 얻는다.
운명의 사투
대령의 드래곤 어썰트 쉽은 제이크의 온몸을 내던진 폭파작전으로 겨우 추락시키는 데 성공하나 기쁨도 잠시 폭발하며 추락하던 찰나 대령은 AMP슈트에 탑승하고 홀로 탈출에 성공해 제이크가 잠들어있는 아바타 링크실의 본체를 향해 나아간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판도라에 서식하는 지상 포식자 '타나토어'를 타고 등장한 네이티리가 이에 맞서 근접전을 펼친다. 이내 대령은 슈트용 나이프를 꺼내 타나토어의 뱃가죽에 구멍을 내 제압하고 그 시체에 깔려있는 네이티리를 향해 나이프를 겨누지만 다행히 이를 찾아낸 제이크가 등장해 대령과 최후의 전투를 겨룬다.
이 장면은 가히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케 한다. 거대한 골렘 같은 AMP슈트를 탑승한 대령과 그것을 운용 중에 떨어져 나온 총검을 무기 삼아 주워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제이크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결국 대령의 AMP슈트 전면부에 구멍을 내는 데 성공하지만 대령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보란 듯이 구멍이 난 전면부를 해제해 버리고 마스크를 착용하더니 "꿈에서 깰 시간이다"라며 그가 잠들어 있는 링크실에 달려간다. 제이크의 본체가 담긴 장치까지 손을 뻗어 이윽고 뚫린 구멍에 인체에 유해한 판도라의 공기가 유입되고 무력화하는 데 성공한다. 헐떡이는 본체를 나이프로 찌르려던 찰나 타나토르의 시체에서 간신히 벗어난 네이티리의 화살에 맞아 결국 대령은 외계행성의 이름 모를 정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식민지화에 실패한 RDA는 일부 친나비파만이 자의로 남겨지게 되고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제이크 설리는 PC 앞에 앉아 자신의 인간일 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에 남긴다. 이후 나비족의 영적 의식을 통해 완전한 나비족이 되는 쪽을 선택한다. 마침내 나비족으로서의 제이크가 눈을 뜨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끝으로.
요즘 COVID-19 사태로 인해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거리낌 없이 출입하기에는 아직 껄끄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집에서 편하게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2009년 처음 아바타가 개봉했을 당시 내가 보고 느낀 점은 이전에는 없던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와 사실적인 연출 그리고 2시간 42분이 다소 짧게 느껴지는 몰입감을 선사했던 스토리까지 그야말로 수작이었고 영화비가 아깝지 않았다. 최근에 개봉했다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된 영화로 기억된다. 다시 찾아서 감상한 작품은 2022년에 새로 리마스터링 작품이며 지금까지도 끝없이 회자되는 걸 보면 아바타는 가히 새로운 시대이자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을 상징하는 영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의 나는 '인류는 정말 탐욕스러운 존재이며 왜 항상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려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2023년의 나는 '인류의 입장과 나비족의 입장이 납득이 간다'라는 쪽으로 기울었으며 작중 캐릭터들에 대한 관점 또한 바뀌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캐릭터를 하나 꼽자면 쿼리치 대령이다. 그는 외모는 거칠지만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하급자를 존중할 줄 아는 존재로 그려진다.
판도라의 행성은 인체에 유해한 미세물질로 인해 마스크가 없이는 자유롭게 숨을 쉴 수가 없지만 자신의 본분은 'RDA의 보안담당자이며 실질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라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는 트루디와 탐사팀이 도주하는 것을 보고 당장 몸소 문을 열고 나가 숨을 참은 채로 총을 쏠 수 있을까? 총 3번쯤 본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보안담당자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인류의 식민지 건설 기여에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이크 설리에게 정보수집에 대한 제안을 다시 한번 언급했을 당시에도 굳이 조건이 부적합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다리 치료를 해주고 지구로의 송환 비행편의 보상을 약속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사람은 나름대로 아낀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어떤 대령이 보안 책임자라는 지위를 가지고도 신체단련을 하며, AMP슈트 조종사로 직접 전투를 하고, 한참 후임인 병사와 스스럼없이 잡담을 나누고 맞추어줄까? 이는 하급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믿음이 가고 듬직한 상급자의 모습이라고 본다.
문득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6년 작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처럼 항상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해 오는 영화만 있다가 이제는 이 뻔한 설정이 서로 뒤바뀐 영화도 나왔다는 점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이디어에 박수 쳐주고 싶다.
참고 : 판도라피디아(Pandorapedia), 위키피디아(Wikipedia), 아바타위키(Avatar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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