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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 쓴 일본 경제와 '엔저'의 원인

by 준아이덴티티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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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무비자 입국 허용과 잇따른 '엔저(국제 환율 시세에서 일본 화폐단위인 엔화의 가치가 타국의 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 여파로 일본을 찾는 한국 여행객이 다시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달러당 150엔 대를 돌파하며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던 엔화 가치가 이내 다시 상승하며 현재는 반년 만에 달러 당 120엔 대에 안착했다.

  그렇다면 '엔저현상'의 원인은 뭘까?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한 국가의 경제에서 재화와 용역의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물가의 하락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런 디플레이션의 가장 손에 꼽히는 요인은 '통화량 감소'를 들 수 있다.

 

 


 

통화량(Money supply)

 

 

 

  '통화량'이란 실질적으로 그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정해 유통되고 있는 통화의 양이다. 통화량이 감소하게 되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어서 물가가 내려간다. 채권자(돈 빌려주는 사람)가 없으니 돈의 가치도 올라가고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이 없으니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또한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물가가 내려감에 따라 사람들은 소비를 하지 않으며 기업 차원에서 투자 유치도 나서지 않게 되니 경기는 더욱 침체된다.

  이번엔 반대로 통화량이 증가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물가는 오르게 되고 흔해진 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돈이 많아졌으니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이러한 이유로 해당 국가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어떻게 서든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조치를 취하게 된다.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스레 통화량은 증가하게 되어있는데 이렇듯 한 국가의 경기가 살아나려면 그 국가의 '통화'가 돌아야만 한다. 물론 처한 상황과 배경에 따라 '경제'라는 단어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섣불리 '통화량'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통화지표의 정보변수로서 인과관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 또한 무시할 수만은 없다.

 


 

금리와 인플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길한 전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로 인한 영향으로 간단한 예를 들자면 2022년 7월 기준 '빅맥' 1개의 가격은 미국보다 일본에서 45% 저렴하다. 미국에서는 5.15달러, 일본은 2.83달러인 셈. 이 시각 현재에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Interest rate)'를 인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란 또 무엇인가? 금리란 쉽게 말해 '이자율'을 말하는데 돈에 가격을 매겼다고 보면 쉽다.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 안전하게 돈을 넣어 쌓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며 빌리는 사람에게는 불리해진다. 금리가 낮아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금리가 내려가면 시장에 풀린 돈이 많아지고 이자율이 낮으니 은행에 돈을 넣기보다는 쓰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예전의 우리나라를 한가지 예시로 들어보자면 경제를 성장시킬 때라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돈을 예금만 해놔도 이자의 수익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여느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해 금리가 낮아졌고 사람들이 예금, 저축보다는 주식, 펀드,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노린다.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사람들은 이처럼 예금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는 실물자산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경기가 과열된 상태를 이르는데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시중의 돈을 회수해야만 한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사람들이 투자나 소비를 줄이고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므로 시중에 돈이 줄고 물가 상승 추세가 꺾이게 되는 것.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금리가 여전히 낮다. 잠깐 미국얘기를 해보자면 70년대 미국은 경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처할 상황에 부딪힌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불경기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이는 경기가 침체되어 불안한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석유 파동(Oil Shock)'과 물가 상승은 기업들의 줄도산을 이루었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이 지속되어 이 틈을 타 일본 기업들이 대거 미국으로 진출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미국으로서는 썩 달갑지 않았는데 프랑스, 독일(서독), 영국, 미국, 일본의 각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열게 된다. 미국은 1969년부터 국제수지가 계속 적자 누적상태였기에 이를 미국에서 가장 흑자를 많이 보는 주요 선진국 두 나라 즉,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를 절상시키면서 합의 후 달러당 250엔을 하던 환율이 1년 뒤에 120엔까지 하락하게 된 것.

  과거 80년대의 일본은 과연 황금기라 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일본은 당시 우리나라와 여러 산업분야에서 경쟁했다. 물론 당시 산업면에서 영역이 겹치긴 했으나 가슴 아프게도 기술 수준은 일본이 우위였고 일본은 고품질의 고가격, 한국은 저품질의 저가격으로 인식되어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이기도 했다. 일본의 엔화 가치가 상승하게 되며 상대적으로 일본 수출은 줄고 한국 수출이 늘어나니 이때 우리나라도 수혜를 보긴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플라자 합의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국가 간의 무역거래에 사용하기 위해 엄청나게 찍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저가치의 달러. 이를 미국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다시 회수하게 되면서 무역과 제조업 등으로 많은 수출을 하며 흑자를 낸 일본 경기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Bubble(거품)

 

 

 

  엔화가 상승하고 가격경쟁이 떨어지면서 수출은 자연스레 감소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정체될 뿐이었다. 일본정부는 결국 경기의 케어목적에서 금리를 인하하게 되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당연하게도 대다수의 자국민들로 하여금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 주식 같은 '투기성 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충분했고 엔화는 미친 듯이 치솟게 되며 이때부터 집값 또한 말도 안 되는 가격까지 치솟게 된다.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며 일본정부는 겨우 금리 인상을 통해 디플레이션 과정을 시작했다. 'Bubble(거품)'을 막는데 점진적으로 올려야 할 금리를 너무 극단적으로 올린 탓에 부동산과 주가가 폭락하게 되며 소비는 줄이게 되고 대출로 땅을 사 주식을 투자했던 사람들이 돈을 못 갚게 되어버린 것. 은행은 은행대로 빌려준 돈을 다시 받을 수 없으니 파산하게 되었고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서 은행과 연결되어있던 수많은 기업들도 대출을 못 받으니 줄파산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는 많은 실업자를 만들게 되었는데 소비자들은 일자리를 잃은 것도 모자라 물가가 비싸니 소비를 중단하게 되고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게 되니 기업들이 휘청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리하여 이때 발생한 부채가 무려 '1,500조 엔'에 이르게 되고 그렇게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이 지속된다. 

 


 

현대의 일본

 

 

 

  다시 돌아와 거품 이후의 일본은 점점 고령화사회로 돌입했고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 사회와 인구 감소, 수요 감소는 정책으로서 수요를 자극할 충분한 힘이 없다. 따라서 일본에 있어 디플레이션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는 극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일본의 화폐인 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시절 '아베신조'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를 합쳐놓은 이른바 '아베노믹스(Abenomics)'를 내세우게 되는데 긴 경기 침체에서 "구조개혁, 무제한적인 양적완화, 공격적인 재정지출로 성장전략을 꾀하겠다"는 아베 전 총리의 일본 부흥을 목표로 한 경기 부양책이었다. 이는 만성적인 일본의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고자 내놓은 부양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1년의 '도호쿠 대지진'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슈퍼엔고'와 맞물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수출 기반의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줄초상을 치르게 된다.

  아베노믹스는 '최단기간 내 국내 수요와 국내 총생산(GDP)의 성장률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2%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목표였는데 일본 경제에 적당한 성장 효과를 보이는 데는 4년이 걸렸다. 그러나 첫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안은 우선순위에 두었던 저출산 케어 정책, 도쿄로 집중된 극점사회 케어 정책,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 참여 확대를 통해 성장과 분배에 힘쓰겠다는 핵심적인 정책들도 해결하지 못했다. 두 번째 화살 "윤전기를 쌩쌩 돌려 일본은행으로 돈을 무제한 찍어내겠다"던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는 일부 작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어서 세 번째 화살은 공격적으로 쏟아붓는 재정지출로 가져올 기대감과는 달리 2020 도쿄올림픽 프로젝트 외 성과는 거두지 못했으며 잇따른 통계조작으로 인해 수많은 논란과 의혹으로 얼룩져 뚜렷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정체됐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보고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아베노믹스의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자국민들 또한 우려를 표했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달러당 115엔이던 엔화는 118엔을 넘겨버리는 '엔저현상'이 두드러졌었고 그 대표적인 요인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 적자''해외 보유 자산의 변화'를 꼽는다. 몇 년 사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COVID-19'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며 공포를 일으키고 있으며 부유한 소비자들을 집 안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도요타', 그리고 '닛산' 등은 정부의 폐쇄 정책에 따라 중국 내 공장을 폐쇄하였다. 비록 생산량의 변화가 미미하게나마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이 밖에도 타격을 입은 부분은 바로 관광산업이다. 2019년에만 810만 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았었는데 바이러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계는 단연 숙박업, 요식업, 소매업 등이다. 한편, '러·우전쟁'이 장기화되며 전 세계에 일조하는 러시아로부터 생산되는 원자재와 에너지, 그리고 우크라이나로부터 생산되는 식량 가격이 폭등하게 됐는데 이는 수출 중심의 일본에게 있어 '무역 적자'의 위기로 직결되었다.   

  31년 연속 '세계 최대 채권국' 타이틀로 유명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나라로 꼽힌다. 과거 플라자합의 전/후로 엄청나게 많은 무역흑자를 본 것을 토대로 전 세계의 부동산, 채권, 주식, 기타 파생 상품 등에 투자를 많이했고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일본의 금리가 저금리다 보니 일본에서 제로금리인 엔화(Yen)를 빌려 운반해(Carry) 고금리인 해외 투자에 넣은 금액을 흔히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Yen Carry Trade)'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금은 과거 플라자 합의 이후 '버블경제'를 겪으며 그 탈출구를 찾고자 저금리를 취하게 되고 그로 인해 수익률이 높은 국가로 자연스레 투자의 눈을 돌리게 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세계를 무대 삼은 방대한 대외 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10년도 더 된 옛말이 되어버렸다. 저금리인 '달러 캐리'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면서 엔화는 그 들에게 필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외국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직접투자의 비중'이 커져 예전처럼 곧바로 처분을 할 수 없게 된 점도 주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끝으로.

 

 

 

  '엔저'는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본인의 한국 관광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반대로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늘어나게 된다. 덧붙여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으로 하여금 일본 내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하락하고, 반대로 일본제품이 우리나라에서의 가격경쟁력은 증가하게 된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면 국내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제조업, 관광산업 등이 위축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산업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다른 나라에 판매를 하는 산업이라면 부품 구입 비용의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있겠다. 가령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드는데 일본에서 생산된 엔진을 쓴다면 엔진 구입비용의 감소로 자동차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든지의 식으로 말이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일본 경제에 대해 여러 자료를 준비하며 문득 우리나라 경제에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기분이 영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또한 수출 무역정책을 기반으로 해왔으며, 인구 고령화에 접어들었고, 생산성이 저하되었으며, 부족한 자원에 저성장을 걷고 있지 않은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항상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이제는 모두가 복합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때가 코 앞까지 직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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